미야자키 하야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리뷰...'가장 방대하고 장엄한 걸작' - BBC News 코리아 (2025)

미야자키 하야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리뷰...'가장 방대하고 장엄한 걸작' - BBC News 코리아 (1)

사진 출처, Studio Ghibli/Courtesy T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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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카린 제임스
  • 기자, BBC 컬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캐린 제임스는 이 영화가 미야자키 감독이 만든 "가장 방대하면서 장엄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계의 거장 중 한 명이다. 정교한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핸드드로잉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의 작품에선 믿음직스러운 젊은 영웅과 다른 세계로 들어간 여주인공이 이야기의 바탕을 이루곤 한다. 유령의 세계로 들어간 소녀의 이야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과 마법에 걸린 여성이 시공간을 떠도는 성으로 간 작품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처럼 말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문명 ‘The Boy and the Heron’)’는 82세 미야자키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마법의 성과 영적 세계로의 모험,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무거운 현실 역사 등 그의 작품에 등장했던 다양한 요소가 총망라되어 있다.

영화는 마히토라는 소년의 눈을 통해 전개되는데, 마히토는 전시 대공습이 일어난 도쿄에서 자신의 몸집보다 거대한 분홍색 앵무새에게 위협을 받는 공간으로 여정을 떠난다. 어쩌면 이 영화는 미야자키 감독이 만든 가장 방대하면서 장엄한 영화일 것이다. 만약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시작부터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미야자키 감독이 시간을 들여 세계 속의 세계를 겹겹이 쌓아 올린 뒤 마지막에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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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이렌 소리와 폭발 장면으로 시작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마히토의 어머니가 일하는 병원에 불이 나면서 붉은 주황색 불길이 밤하늘을 가득 채운다. 마히토는 불꽃이 날아다니는 거리를 달려 어머니에게 가지만, 병원은 무너지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다. 1년 후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아버지는 미야자키 감독의 전작 ‘바람이 분다(2013)’의 주인공이자 감독의 아버지처럼 일본의 전시용 비행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마히토의 이모인 나츠코와 결혼한다. 소년의 얼굴에 드러나는 외로움에선 미야자키 감독이 대담한 윤곽선으로 얼마나 훌륭하게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단순히 만화라고 가볍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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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바람이 분다’와 마찬가지로 회색 음영의 약간 가라앉은 듯한 색채들을 사용하지만, 그 색채는 특별하다. 영화에는 마히토를 돕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나오는데, 왜가리의 날개에는 미야자키 감독 특유의 청회색 테두리가 있다. 미야자키 감독의 다른 모든 영화와 마찬가지로 건축물의 디테일, 선반 위의 접시 하나도 세밀하게 그려지고 색이 입혀져 있다. 그리고 마히토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이 현실에서 초자연적인 세계로 옮겨갈수록 영화는 더욱 화려한 색감과 상상력을 선보인다.

마히토는 꿈에서 이글거리는 불꽃 뒤에서 "마히토, 나를 구해줘"라고 외치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게 된다. 영화의 모든 것이 그 슬픔에서 비롯되지만, 미야자키는 동화와 같은 방식으로 환상적인 사건을 통해 감정을 고조시킨다. 관객들은 나중에 영화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영화에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히토의 간절한 소망과 그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실존적 질문이 등장한다. 어머니가 이름을 써서 마히토에게 남긴 책, 요시노 겐자부로의 1937년 작 실제 소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마히토가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영화에 포괄적으로 영감을 주었고, 영화는 일본에서 동명의 제목을 사용했다. 마히토가 마지막에 마주하는 질문도 ‘어떻게 살 것인가?’다. 이 주제는 영화의 전개와 함께 초현실적으로 흘러가고 흡입력이 커지는 이야기 속에 잘 버무려져 있다.

왜가리지만 약간은 독수리에 더 가까워 보이는 새는 사람이 꺽꺽거리는 듯한 소리를 내 마히토를 괴짜였던 증조할아버지가 지은 돌탑으로 유인한다. 왜가리는 마히토의 어머니가 탑 안에 살아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내 나츠코도 사라지는데, 아마도 탑 안으로 들어간 듯하다. 마히토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들어가자, 미야자키 감독이 그 어느 작품 못지 않게 아름답게 만든 세계가 나온다. 밝은 색상의 모자이크 바닥과 샹들리에가 있는 웅장한 방이다. 마히토가 의자에 누워 있는 나츠코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자, 나츠코는 녹아내려 바닥의 검은 물웅덩이 속으로 사라진다.

그 이후에도 미야자키 특유의 눈부시고 논리를 거스르는 이미지가 끊임없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옮겨간다. 왜가리 안에 살고 있던 요정 같은 노인은 마히토와 함께 바닥을 뚫고 신비한 세계의 다른 층으로 내려앉는다. 마히토는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거대한 펠리컨에게 쫓기며 황금 문을 통과한다. 그리고 미야자키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것처럼 강을 건너 삶과 죽음의 경계가 불분명한 땅으로 향하게 된다.

이 영화에는 꿈속 이야기처럼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정체성들이 나온다. 노를 저어 마히토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주는 젊은 여성은 나츠코의 집에서 그를 돌봐주던 백발에 치아가 없는 친절한 할머니 가정부 중 한 명이다. 이 다른 세계에서는 그 할머니들을 꼭 닮은 작은 인형들이 그를 지켜준다. 고양이 귀를 가진 유령 캐스퍼를 연상시키는 밝은 기운을 가진 하얀 유령 같은 생명체 ‘와라와라’는 거품처럼 공중을 떠다니며 태어날 날을 기다리는 영혼이다. 미야자키의 시각적 상상력과 서사적 상상력은 무한하다. 그는 마히토가 증조할아버지를 찾을 때까지 관객을 데려가다, 어느새 조르조 데 키리코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불길한 건축 공간으로 내던진다.

이 영화는 호흡을 조금도 무너뜨리지 않고 이 모든 걸 쏟아낸다. 관객 입장에선 한 번의 관람으로 흡수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마히토에게 벌어지는 것이다.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미야자키 감독의 작심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는 10년 전 ‘바람이 분다’가 자신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제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그의 마지막 영화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마지막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마법사 같은 그가 작품을 계속 내놓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지난 7월 일본에서 개봉했다. 한국에선 10월 25일에, 영국과 미국에선 12월 8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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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Chrissy Homen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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